총신 민동 소식지 창간을 축하합니다-김진식(84)
총신민동의 아름다운 연대가 영원하길 빌며!
김진식(종교교육84)
총신에 입학한 지 어느새 만 40년의 세월이 흘러, 대학시절의 기억조차 아련해지고 가뭇해지는 나이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불과했지만, 조폭들조차 꼼짝 못하던 전두환 군사 독재 정권과 당당히 맞서 싸우던 동지들의 모임인 총신민동 소식지가 창간된다고 하니, 그 때의 감회가 새롭게 우리의 지나온 역사를 정리할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되어 무엇보다 기쁘게 생각합니다.
소식지 탄생에 헌신과 노력을 마다하지 않은 한민재회장님과 김경미총무님에게 큰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무엇보다 격세지감 속에서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굳건했던 우리의 연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날 MZ 세대의 특징이 ‘우리’가 아닌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기에, 죽음조차 두렵지 않을 정도로 ‘나’라는 존재를 모두 내려놓고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불의와 맞섰던 그 때의 시대상과 우리의 과거를, 그들은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식으로 대하는 것이 마음 아프고 슬픈 꼰대가 되었습니다.
사회과학 책장을 넘기며 배고픔과 졸음이 몰려오는 가운데도 끝도 없는 학습과 논박이 떠나지 않았던 어두운 카페와 한 여름의 무더위에 선풍기도 없던 곳에서 합숙하며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세 끼 밥까지 지어 먹으며 농가의 일손을 돕고 일과가 끝나면 농촌의 현실에 대해 자정이 넘도록 또 다시 학습을 이어갔던 농활, 그리고 그러한 체험과 학습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은 민중을 억압하고 노동력을 착취하여 자신의 배를 불리는 군부독재 정권과 자본가를 무너뜨리는 방법 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결국은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향해 아스팔트 위에 서기까지 우리는 하나였고, 우리는 모두가 작은 예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의 우리 자녀들보다 더 어린 나이였던 그 때의 우리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용기에, 자화자찬이라고 할지라도 난 그 때의 우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갈채를 보내고자 합니다. 절대 우리가 겪었던 암울한 시대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선택을 할지, 잠시의 고민과 회한에 잠깁니다. 그 이유는 지금의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분열과 정치적 난망의 결과가 우리 세대의 책임 때문이라는 좌절감과 동시에 아직도 차고 넘치는 해결하지 못한 시대와 역사의 부채의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의 정치, 경제, 사회 가운데 깊이 자리잡고 있는 뿌리깊은 근본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함께 오늘날 청년 세대들에게 가장 민감한 공정의 문제가 결국은 나부터 스스로의 안일과 지난 날의 보답이라는 명분으로 자기애와 가족애에 사로잡혀 기회의 사다리에 경쟁적으로 먼저 올라타고자 발버둥치며 올곧게 살아야함을 잊었던 것이 아닐지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객관화하고 타자화하지 못한 삶은 우리가 바라던 세상이 아니었는데, 우리의 한 순간의 안일함이 우리의 지난 날을 모두 희석시키는 아픈 결과 앞에 마주 서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다시 나부터, 총신민동 소식지 창간을 계기로 내 삶을 온전히 조망하고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드론을 띄워 저마다 걸어 가야할 역사적 소명의 삶의 길을 조망해보기를 기대하고 희망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창간되는 총신 민동 소식지를 통해 같은 생각, 다른 삶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살아가는 동문들의 이야기와 소소하게 살아가는 소식을 들으며 자극과 도움을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땅의 민중들을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따라서 혜택받은 대학생이자 지식인으로서 조국과 민족, 민중과 노동자를 생각하며 교회와 강의실 밖으로 뛰어 나가 총신에서 이방인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우리가 그 때의 무용담을 뛰어 넘어 앞으로의 세상에서 총신 민동과 믿는 자들이 가야할 길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총신 민동 소식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가 한 걸음으로 더불어 같이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그 길 위에 오늘도 우리 총신 민동이 함께하기를 바라고 응원하며, 나부터 그 한 걸음에 함께 하는 가장 천하고 낮은 신발과 같은 존재로 늘 총신 민동과 함께 하겠습니다.
총신 민동의 아름다운 연대가 영원하기를 빌며!
김진식동문 약력
총신 종교 84
前가나안농군학교 교관
前한국사회연구소 연구원
前신협중앙회 직원
前삼성생명 보험영업
前정보학원 부원장
前꽃들에게 희망을 대표
前퍼시픽북스 상무
現 알렌의 서재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