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파릇한 20대 청춘을 회고하면 매캐한 최루탄 내음이 올라옵니다. 작은 교정의 봄 햇살을 떠올리면 신관 건물 앞으로 즐비하게 서 있던 5월 광주항쟁의 처참한 사진이 먼저 떠오릅니다. 총신에서 맞은 저의 첫 봄 기억은 그렇게 광주항쟁 사진과 함께 시작합니다.
입학하자마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대학 문턱을 갓 넘은 새내기 대학생에게 신문을 가득 메운 6월 항쟁 소식은 인쇄된 글자가 아니라 뛰는 심장박동이었습니다. 신관 계단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무언가를 외치는 선배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도 그 때부터였습니다.
그렇다고 학교생활을 즐긴 건 아닙니다. 학교에 대한 애정이나 애착, 자부심과는 먼 생활이었습니다. 재학 때도 그랬고, 졸업 후에도 그랬습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의 많은 동문들이 지금까지 그리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경윤주동문(유교87)
자칫 끊어질 수 있는 학교와의 연(緣)을 평생의 좋은 기억, 반가운 인연으로 이어준 건 민주동문회입니다.
한국을 방문해 짧은 일정으로 바쁜 시간을 보낼 때도 민주동문회 모임을 통해 만나는 선후배들의 맑은 웃음은 옛 기억을 생생하게 소환해주는 마법이었습니다. 희끗한 허연 머리를 했어도 후배들은 여전히 귀여웠고, 패인 주름살을 훈장같이 단 선배들의 얼굴이 풋풋한 20대 청년으로 보였습니다.
새롭게 발간되는 ‘동문회웹진’이 반가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에 가야만 접할 수 있었던 시간의 마법을 이젠 ‘동문회웹진’’를 통해 언제든지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소식지가, 20대 청춘을 함께 보낸 많은 동문들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감성의 창구가 되고, 그 시절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열차게 외쳤던 고뇌의 흔적을 일깨우는 이성의 자극제가 되기를 원합니다.
동문회보 발간을 축하하기에 앞서 출간을 위해 애쓰고 고생한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물리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든든한 조력자가 되지는 못하지만 찐한 사랑으로 민주동문회를 응원하는 왕팬이 되겠습니다. 동문회웹진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