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다가 온 필리핀 선교
정 정섭 선교사가 필리핀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총신 신대원 기독교사회연대(이하 기사련) 대표를 맞고 있던 2000년에 기사련 중앙에서 해외 지역주민활동 탐방 겸 훈련으로 방문한 곳이 바로 필리핀이었다.
처음 접한 필리핀의 인상을 정정섭 전도사는 다음과 같이 회상하고 있다.
“그 때 마닐라의 완전 잉크물 같은 파식강가에서 아이들은 태연하게 수영하고, 엄마들은 빨래하는 모습이 충격이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 하나님이 나를 해외로 보내실거면 필리핀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귀국 후 다시 한국 생활에 빠져 들다 보니 이 일을 잊고 살았다고 한다.
그 후 한국에서 개척 교회도 시작했었고 잘 해나가다가 다시 부목으로, 또 다른 곳 부목으로..이러던 중에 몇차례 왕성교회 십자수 기도원을 다녔는데, 거기서 하나님의 강한 인도하심이 있었고 필리핀으로 가라는 소명을 받았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필리핀 행을 결심하였지만 실행에 옮기기 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직장 잘 다니던 아내부터 시작해서 양가 어른, 가족들의 허락을 받기까지 여러 일이 있었으나 결국 2010년 4월에 필리핀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가장 어려운 곳을 소개받아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연히 접한 필리핀을 10년 뒤에 평생의 소명을 안고 다시 찾게 되었으니 어쩌면 운명인가 보다.
필리핀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한지 벌써 13년째, 정 정섭 선교사는 현지의 Ark Chrisitan Church(한국말로는 방주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래는 정정섭 동문이 직접 보내 온 선교활동에 대한 글이다. 필리핀에서도 외지고 낙후된 지역에서 불철주야 헌신하고 있는 정 정섭 동문에게 많은 성원과 격려를 바란다.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Ark Chrisitan Church(이하 방주교회)는 마닐라 바닷가의 한 귀퉁이, 사람이 살고 있으리라고 짐작할 수 없는 외지고 더러운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수도, 전기도 없이 쓰레기가 넘치는 낮은 바닷물 위에 대나무와 나무조각들, 합판, 낡은 현수막천 등으로 얼기설기 집을 짓고, 버려진 천막을 지붕삼아 56 가정이 모여 살고 있던 곳이었지요.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님의 복음을 전하고자 기타 한 대 들고, 동네 아이들과 찬양하며 빵과 시원한 물, 아이스크림 등을 함께 나누며 친해지는 일을 했습니다. 그 때는 교회 이름도 없이 바닷가 작은 나무아래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기타 반주에 맞추어 찬양과 성경 읽기로 복음을 심었으며 3개월쯤 되었을 때 주일예배를 시작했습니다.
바닷가이지만 먹을 물이 없기에 큰 도로 너머에서 물을 길어오던 동네 사람이 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것을 보고는 주민들을 위해 물차를 동원해 먹을 물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아픈 환자들의 진료비와 죽어가는 아이의 병원비를 지원하기도 하는 등 주민과 삶을 나누며 한마음으로 지냈습니다. 그러면서 주일예배를 지 속적으로 드렸는데 그 약 3년여간 주민이 늘어 70가정, 170명 가까이 되었는데 예배 참석 인원이 150여명 이나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필리핀 정부의 마닐라 지역 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최빈곤 지역 철거가 실시되면서, 마닐라 외곽 한 두 시간 거리에 집단 이주촌이 여러 개 형성 되었고, 저희는 성도들 가정과 함께 현재의 지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주 초기에 성도들이 살고 있는 동네 골목에 주일마다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리며 사역을 이어나갔고 (2014년 5월 첫 주, 이주촌 골목에서 천막을 치고 방주교회의 이름으로 첫 예배를 드림)현재는 주님의 은혜로 이주촌 진입로 초입에 교회를 세워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건축의 시작과 과정도 모든 것이 은혜 였지요.
현재 우리 지역 가정의 가장들은 정규직보다는 일용직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실업률 또한 아주 높 습니다. 교육열도 낮고, 공립 학교 교사들의 만족도도 낮은 지역입니다.
두테르테 정부의 강력한 마약 단속 정책 기간에 저희 동네에서만 10명이 총기 사건, 혹은 마약 단속을 빌미로 한 경찰의 발포로 사망하였고, 여전히 마약이 쉽게 유통되고 있는 곳입니다. 치안도 아주 좋지 못한 곳입니다. 그러기에 교회를 통한 복음전파가 더 중요하고, 교회와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지역을 건강하게 만들어가 야 할 책임감도 느끼고 있는 곳이지요.
미래를 준비하는 사역
방주교회와 저는 이 지역적 특성 속에서 오직 주님만이 지역을 바꾸어 갈 수 있고, 오직 복음만이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사역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방주교회의 사역으로 아이들을 위한 장학 사업, 매월 청소년 특별 집회, 청소년 비전 캠프, 한글 교실 등이 진행되고 있고, 4년 전에는 다섯 명의 청소년들을 한국에 보내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 를 바라보면서 꿈을 키워 나갈수 있도록 했었습니다. 그 결과 다섯 명 중 4명이 마닐라의 아담손 대학 등 대학을 졸업했거나 학업 중에 있습니다(작년까지 주일학교 교사로서도 자기 역할을 잘 해내는 등 좋은 신 앙의 모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도 10만명의 주민 중 현재 마닐라 시내 대학에 소속된 학생이 두 명인 데 다 방주교회 학생입니다.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교회를 통해서 많이 배출되고 그들이 지역사회와 나라와 교회의 리더로 우뚝 설 때 필리핀도 변하고, 지역도 변하며,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확신하에 저 혼자만의 사역이 아닌 방주교회 전체의 사역으로서 복음 전파 사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외당하고 가난한 이들의 빛과 소금이 되는 교회
방주교회가 속해 있는 지역은 지금도 주택이 지어지고,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곳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전체 주민의 1퍼센트가 방주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리는 날을 꿈꾸고 있으며 반드시 그날이 오리라고 믿습니다.
현재는 재적인원 250여명에 매주 130명에서 150명 정도 모여 예배드리고 있는데, 감사한 것은 이제 점점 매주 예배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카톨릭의 영향을 여전히 많이 받고 있어 주일 예배에 반드시 참여한다는 의지와 믿음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우리는 주일 성수와 예배드림에 대한 강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주민들의 동네로 출발한 저희 지역의 특징상 부모들의 거의 백프로(어른 주민들을 일일이 다 확 인할 수는 없으니까요)대학 경험을 하지 않았고, 아이들도 공부나 학습에 대한 열의가 많이 부족하여서 이 부분에 교회와 정 선교사의 관심이 높습니다.
그래서 중고생들에게 미래를 준비하고, 지역과 나라와 교회의 일꾼으로 잘 서려면 대학공부를 어떻게 해 서든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고, 3명의 대학생들에게 대학 학비를 전액지원해서( 2 명은 작년에 졸업을 했음) 좋은 모델을 만들어 가는 중에 있습니다. 코로나 전에 10명에게 지원했던 초중고생들에 대한 장학금은 올해에 네 명으로 줄여서 다시 지원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던 교도소 사역은 이제 2월 23일 교도소 예배를 시작으로 다시 재개 됩니다. 재소자들과 함께 예배 드리고 삶을 나누고, 간식, 혹은 점심을 제공하고, 재소자들의 특별한 요청지원과 후원, 교도소나 교정청 당국과의 재소자 처우 개선을 위한 협력은 코로나 직전까지 6년간 지속되었던 사역입니다.
특별히 필리핀 교정청의 핵심인사를 지금의 이글레시안(필리핀 최대 이단이며 500만명의 신자가 있는 카톨릭 뿌리의 120여년 된 이단 종파. 교정청 간부들 거의가 이글레시안으로 구성되어 있음)에서 개신교 인사로 바꾸어 놓으려는 장기 프로젝트는 보이지 않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