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새로운 시작이기를 기대하며
마지막이 새로운 시작이기를 기대하며 (공세현 신학89)
우리 시대가 마지막일 수 있습니다!” 올해 초반기에 목장모임(목사와 장로모임)에서 했던 말입니다.
저는 전남 광양읍에 소재한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만 4년이 다되어갑니다. 현재 우리 교회는 평균 출석이 55명 정도입니다. 교회당은 건평 275평에 2층 정도되는 제법 큰 규모입니다. 한 때 교회당이 가득찼던 적이 있었지만, 여러 사건들과 도시의 변화 등으로 많이 빠져나갔습니다. 나이별 분포로 따지면 더욱 비관적입니다. 50대 이상이 78%를 차지합니다. 그 중에 70대 이상이 33%이며 50-60대가 전체 교인 중 45%입니다. 현 상태를 유지하고, 5년 후를 내다보면, 50대 이상이 91%를 차지하며, 그 중 70대 이상은 45%를 차지합니다. 젊은 교인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교인의 감소와 고령화, 젊은 교인들의 급속한 감소는 교회 재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제가 부임할 때만 해도 재정 규모는 교인 수에 비해 넉넉한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를 거치고, 은퇴하는 성도들이 늘어가면서 수입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비단 우리 교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리고 지방 교회만의 문제도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지방 교회들의 쇠퇴 폭은 수도권보다 더욱 심각합니다. 젊은 교인들, 청년, 청소년들이 사라지는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제가 4년 전 부임했을 때만 해도 적은 수이지만, 주일학교 모임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고교 졸업과 함께 대학과 직장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몇 명 되지 않던 청년들도 흥미를 잃고 교회를 떠나갔습니다. 물론 저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죠!
4년 전 낯설기만 한 광양에 내려왔습니다. 합동측 교회였지만, 전임 목사님의 신학적 입장이 문제가 되어 교회가 노회를 탈퇴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부임할 때부터 현재까지 어느 교단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교회로 남겨져 있습니다.
부임 후 초창기에는 노회 복귀를 타진하기도 했지만, 교인들의 아물지 않은 상처와 교회와 목회가 노회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으로 유보한 상태입니다. 교인과 교회당 규모의 불균형, 고령화 되는 교인들, 줄어드는 재정 상황 등을 감안하면 답답하기는 하지만 저의 생각과 신학적 입장들은 큰 걸림돌 없이 교회 안에서 수용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교회가 가진 특성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는 은사파 목사님을 중심으로 설립되었습니다. 교회는 날마다 방언 기도와 축사 사역으로 시끄러웠지만, 그 당시에는 치유하는 교회, 능력 있는 교회라는 소문이 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그 때 현재 건물이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목사님의 퇴직금 문제로 교회는 큰 빚을 졌고, 교인들은 순식간에 빠져나갔습니다.
그 후에 오신 목사님은 일반 목회자와 다른 개혁파 목사였습니다. 일체의 방언을 금지했고, 왜곡된 신앙과 성경 이해를 바로잡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러자 은사를 중시하는 교인들이 빠져 나가고, 목사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교인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은 현실을 무시하는 이원론적 내세관을 비판하고,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십일조 폐지와 유아세례 반대라는 두 입장이 문제가 되었고, 급기야 교회는 노회 탈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배경을 가진 교회에 부임했습니다. 제가 가진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해를 잘 수용할 수 있는 배경인지라 지금까지 설교나 대화에서 별 부딪침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랜 동안 굳어진 잘못된 생각들이 남아 있어서 하나하나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강대상 위에 신발을 신고 올라가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새벽예배, 수요예배, 금요예배 등으로 붙이던 이름을 없애고, 주일 오전 예배만 예배라는 이름을 붙이도록 바꾸었습니다. 새벽에 모이는 기도도 24시간 교회당 개방으로 변경하였습니다. 대신에 일상에서의 삶, 그리스도인의 삶, 사회와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지속적으로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할 때 교회 이름으로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영상을 보고, 일상에서 하는 작은 실천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5년째를 앞두고 있습니다. 큰 건물에 적은 교인들, 미래가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장래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도 합니다. 두 딸 중에 큰 애는 고3이 되고, 작은 애는 중3이 됩니다. 이것저것 생각하면 답답합니다. 그러나 동문들이 자기 영역에서 분투하고 있는 소식에 도전을 받습니다. 지금도 좀 더 나은 세상, 하나님 나라를 위해 분투하는 동문들을 응원하며, 저를 위해서도 격려와 기도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이 되더라도 열심을 다하겠습니다...
공목사님 ~~~ 정말 반갑습니다. 그런데 반가움에 앞서 오랜 만에 저 멀리 광양으로부터 공목사님의 지역과 교회 사정에 대해 글을 읽고 나니, 다시 한번 지역 불균형의 심각성과 대도시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는 한국적 블랙홀 현상에 대해 다시 한번 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어려운 가운데 청빙을 받아 교인들에 비해 덩치만 큰 교회를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 인지를,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가운데 코로나까지 불어닥치면서 교육이 끊어진 가나안농군학교가 하드웨어를 유지하기 위해 빚까지 지고 있는 현재의 현실과 오버랩되어 더욱 실감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가 낮은 자로 태어나 낮은 자 가운데 거하며, 그들에게 더불어 사는 방법으로 자신을 낮추고 타자를 사랑하는 것으로 가르침으로 우리의 구원이 완성되었듯이, 지역의 어려움과 함께 하는 교회와 목회 방향성으로 모든 힘듬을 이겨내는 축복이 공목사님과 광양신양교회에 있기를 기도합니다.
힘내기 바라며, 훗 날 언제가 우리가 만났을 때 힘들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신앙과 내면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음을 고백하는 시간들로 채워지기를 기대합니다.
멀리서 가족 모두 평안을 기원하며, 전합니다.
교회에서 청년층의 이탈은 단순히 인구감소의 문제에만 그 원인이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보여준 사회적 역할의 방기와 문화적 진취성의 소실등의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결과겠지요.
공세현 목사님의 교회는 여기에 지방인구의 절대적 감소라는 것이 더해져 그 정도가 더욱 심하네요.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교회를 개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목사님을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비록 미약 하나마 동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다 같이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공목사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