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은둔 청년 지원 사역기획Ⅰ. 더 낮은 곳을 향하여

고립 은둔 청년 지원 사역을 하며

고립 은둔 청년 지원 사역을 하며

십여년 전만 해도 옆나라 이야기라 치부했던 ‘히키코모리’, 우리 말로는 ‘은둔형외톨이’ 문제가 수년 전부터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현 정부 인수위의 국정과제로도 지정되었고, 지자 체에서도 조례를 만드는 등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수십년 간 진행된 청소년 히키코모리 문제를 일본 사회는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연금으로 생활하는 80대 노부모가 여전히 히키코모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50대 자녀를 부양하는 ‘8050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가적인 통계조차 없다가, 서울시에서 작년 한해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9살 청년 5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의 4.5%인 약 13만명 정도가 고 립은둔 청년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고립은둔 청년은 은둔형외톨이 청년을 대체하는 새 용어입니다.)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소개

제가 일하는 <사단법인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이하 리커버리센터)>는 은둔형외톨이 청년을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이 단체의 설립자 부부와 저는 교회 공동체에서 만났고, 10여년 전 노숙인 사역을 하는 비영리단체 <바하밥집>을 함께 세웠습니다. 설립자 부부는 노숙인 사역을 하던 와중에도, 여러 문제로 가족과 함께 살기 어려운 청년들을, 원가족의 동의 하에 함께 살며 돌보는 사역을 병행했습니다.

 

함께 살면서 무너진 삶의 루틴을 바로잡을 수 있게 도왔고, 교회 성도님들의 도움으로 인문- 예술 클래스를 열어 자아를 회복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지금은 이들을 고립은둔 청년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존재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자립해서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하는 등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후 일본에서 온 은둔형외톨이 지원 단체인 <K2인터내셔널 코리아(이하 K2)>를 알게 되었고, 그들과 교류하며 고립은둔 청년 사역의 필요를 절감하게 됐습니다. 설립자 부부는 수년간 자신들이 해왔던 일을 정리해, 고립은둔 청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푸른고래>를 2019년에 세 웠습니다.

 

작년부터는 2년 연속 서울시 지원을 받아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 자체마다 조례도 제정하며 고립은둔 청년을 도우려고 하나, <K2>가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폐업하여 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하는 단체는 전국에 <리커버리센터> 하나만 남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리커버리센터>가 여러모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원사업- 요가
지원사업 - 미술 2

저희는 고립은둔 청년 문제의 해법을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고립은둔 청년들 대부분은 가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공동체가 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고립은둔의 시작은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학업/취업 실패 등 다양한 계기가 트리거가 됩니다만, 가정에서조차 이해받지 못할 때 방으로 숨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공동체가 되어주고, 공동체를 만들어주기 위해 “공동체 되기”와 “나를 되찾기”라는 두 가지 축으로 자립 과정을 지원합니다. 설립 전부터 해왔던 일이 이렇게 정립된 것입니다.

 

“공동체 되기”는 설립자 부부와 함께 사는 그룹홈인 <리커버리 하우스>를 통해서 무너진 일 상 루틴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인문-예술, 체육, 심리 치료 등 “나를 되찾 는” 다양한 <리커버리 프로그램>을 병행합니다.

지원사업 - 야구
지원사업 - 단편영화만들기

처음에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움츠렸던 고립은둔 청년들이 자아를 발견하고 타인을 수용하 는 과정을 겪으면서, 연말이 되면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볼 때는 기적이라 느낍니다. 각자의 자립 정도에 따라 어떤 청년은 자립 과정을 더 밟기도 하고, 어떤 청년은 취업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서로 웃고 떠들고 놀고 장난치며 삶을 나누는 하나의 공 동체가 된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원하는 청년이 있다면, 저희 교회 공동체에 초대하기도 합니다. 공동체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함께 음식을 만들어 식사를 합니다
협동미술활동

저는 학부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으나, 현장에 나가진 않았습니다. <죠이선교회> 캠퍼스 간사 로 사역을 시작해, <바하밥집>을 거쳐 파생된 <리커버리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바하밥집>에서 일하기로 결정했을 때, 노숙인이라는 실체를 돕는 사역을 하는 것이 의심 많은 저에겐 좋다고 여겼습니다. 초창기에는 봉사자가 없어서 밥도 짓고 배식도 해서 노숙인과 늘 만나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리커버리센터>에서 유튜브 영상 제작과 관리 전반, SNS, 홈페이지 관리 등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습니다. 이번 글을 쓰면서 망설였던 것이 고립은둔 청년들과 살지도 않고, 바로 옆에서 돕는 코치(자립 지원 담당자 명칭)도 아니다 보니, 현장감이 떨어질까 고민이 됐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다보니 <리커버리센터>에서 일어나는 일을 영상이나 포스팅으로 담아내는 제 사역도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예수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내지 않았다면 저희에게 복된 소식은 전달되지 않았을 테니까요.

2박3일 지리산 캠프
2박3일 지리산 캠프

마지막으로 동문님들께서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대체 사지 멀쩡한 청년들을 왜 도와줘야 해? 가족도 있다며? 노력이 부족해서 낙오한 것 아니야?’

 

한 사회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을 약자로 정하고 지원하는 것은 시대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달 라집니다. 여전히 무한경쟁, 약육강식, 자본주의의 시대정신이 지배하는 우리나라에서 결국 방으로 숨을 수밖에 없는 청년들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예수께서는 사회적으로 이해받지 못하던 약자들을 수용해 주셨습니다. 사지 멀쩡한데 노력이 부족해 경쟁에서 낙오한 네 탓이라고 가스라이팅 당하는 고립은둔 청년들도 예수의 대열 속에 있을 것 같습니다.

리커버리 페스티벌(리커버리센터와 리커버리 예술단 결과발표회)을 마치고
글쓴이 박기남

박기남


 

유아교육과 99학번 졸

 

노숙자 무료 식사 제공 <바하밥집> 간사


 

은둔청년지원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간사

 

리커버리센터 공식 홍보영상

22년도 종강파티 [RE:START]

고립 은둔 청년 지원 사역을 하며” 에 달린 1개 의견

  • 사회적 약자에 시선을 두고 그들과 함께하는 삶이 진정 예수를 섬기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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