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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군더더기를 털어내는 걷기(철원-한탄강 주상절리)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

걷기 여행이 열풍이다. 

사실 걷기 여행은 코로나19 시기에도 유행했지만 코로나시대가 끝나가는 시기에도 가장 각광받는 여행 패턴으로 떠올랐다. 

다비드 르 브르통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사회학과 교수는 “걷기는 사람의 마음을 가난하고 단순하게 하고 불필요한 군더더기들을 털어낸다”고 했다. 

걷기를 통해 여행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삶의 깊은 성찰과 철학까지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여름 강원도 철원에 있는 한탄강의 비경을 따라 걷기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 한탄강을 발아래 두고 벼랑 사이를 걷다

한탄강 주상절리길 트레킹의 시작점은 두 군데다. 

강원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드르니 마을 매표소와 순담 매표소 중 어느 곳에서 시작해도 좋다. 

물윗길까지 걷고 싶다면 드르니 마을에서 들어가는 편이 낫다. 드르니 마을은 ‘왕이 들렀다가 간 마을’이라는 뜻이다.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고려 왕건에 쫓겨 피신할 때 이 마을에 들렀다가 나갔다고 한다.

 

전에는 한탄강의 깊고 험한 골짜기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배를 타야 했지만 최근 한탄강을 감상하는 법이 달라졌다. 

철원군은 2021년 11월 한탄강 협곡의 험한 절벽사이로 길을 내고 일반에 개방했다. 

‘한탄강 하늘 길’로 불리는 잔도(棧道)다. 잔도는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처럼 매단 길이다. 한탄강을 발아래 두고 벼랑 사이로 걷는 길이다.

지상에서 20~30m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길이 3.6km나 이어진다. 

“협곡에 잔도를 설치하는 데 꼬박 4년이 걸렸어요. 공사비가 300억원이나 들었죠. 강 건너편이 경기 포천 땅인데 이쪽에선 자재가 들어올 길이 없어 저쪽에서 협곡

을 건너 이리로 줄을 연결해 날랐습니다.” 김영애 한탄강지질공원 해설사의 설명이다.

예전에는 한탄강의 절경을 주마간산격으로 감상했지만 잔도가 생기면서 주상절리의 협곡을 보다 입체적으로 감상할수 있게 됐다.

한탄강 협곡과 주상절리는 화산이 폭발해 마그마가 흐른 자리에 생긴 지형이다. 수십만 년 전 북녘 땅 평강군 오리산에서 수차례 마그마가 분출했고 한탄강을 따라

철원과 포천, 연천을 지나 파주, 문산까지 100km 이상 흘러온 마그마가 식은 뒤 용암대지가 강의 침식 작용을 받으면서 주상절리가 형성됐다. 

국내에서 유일한 현무암 협곡이다. 2020년 7월 서울 여의도 면적의 400배에 달하는 한탄강 일대 1천165.61km2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 아찔한 절벽, 한 폭의 수채화 풍경

 

원래 한탄강은 사철 매혹적인 걷기 길로 유명한 곳이었다. 봄이면 분홍색 진달래꽃이 계곡을 물들이고, 여름이면 주상절리길 곳곳에 있는 폭포의 풍광이 장쾌하다.

단풍과 절벽이 어우러지는 가을을 지나 소복하게 눈이 내리면 한탄강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잔도라 걷는 내내 상공에서 협곡을 감상한다는 점, 스릴감이 넘친다는 점이 이 길의 인기 포인트다. 

지상 수십 미터 높이에서 바라보는 주상절리는 올려다볼 때와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게다가 잔도는 격자형 철재로 만들어 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바닥까지 훤히 보인다. 풍경과 아슬아슬한 재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잔도 길은 잘 정비돼 있다. 포인트마다 안내판이 있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곳곳에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됐다. 

13개의 출렁다리(잔교)와 10개의 쉼터에는 각각 지질이나 풍경과 관련한 이름이 붙었다. 현무암 주상절리가 급경사를 이루는 ‘쌍자라바위교’, 주상절리 틈에서 자라

는 돌단풍을 만날 수 있는 ‘돌단풍교’, 화강암과 현무암이 공존하는 ‘현화교’, 갈라진 암석이나 지층을 볼 수 있는 ‘단층교’, 빠른 물살에 깎여 우뚝 서 있는 듯한 화강암

을 볼 수 있는 ‘선돌교’ 등이 대표적이다. 

화강암과 현무암이 공존하는 한탄강의 절경을 감상하기 적당한 포인트는 현화교와 쌍자라바위교다. 화강암과 현무암의 부정합이 신비롭다. 

단층과 이름이 아닌 2번 홀교는 예외다. 인근 한탄강CC 골프장 2번 홀에서 골프공이 날아오는 곳이라 붙인 이름이다. 골프공에서 탐방객을 보호하기 위해 다리에

 보호망을 설치했다.

◇ 다리와 쉼터마다 이야깃거리 ‘풍성’

 

쉼터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다. ‘동주황벽 쉼터’는 볕을 받아 황토 빛깔로 변한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동주는 철원의 옛 지명이다. ‘샘소쉼터’에는 암석 사이로 솟는 샘이 있고 ‘돌단풍쉼터’는 돌단풍이 아름다워 붙은 이름이다. 

협곡의 비경이 드러나는 곳에는 전망대를 설치했다. 드르니 스카이전망대, 순담 스카이전망대, 철원한탄강 스카이전망대 등 3개다. 

철원한탄강 스카이전망대는 잔도 중간 바닥이 투명한 강화유리로 돼 있어 한탄강 협곡 아래가 아찔하게 보인다.

잔도 구간에는 매점이 없고 음식물도 먹을 수 없다. 트레킹 코스에 10개의 쉼터가 있어 쉬어 갈 수 있다. 

매표소 입장 시간은 겨울철 기준으로 매일 오전 9시~오후 3시. 입장료는 일반인 기준 1만원인데 50%를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매주 화요일 휴무. 물윗길

의 고석정 꽃밭에 임시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철원한탄강주상절리길 순담 매표소에서 고석정(강원기념물)이 멀지 않다. 

고석정은 한탄강 변에 있는 정자로, 일대의 협곡을 통칭하기도 한다. 정자 앞에 우뚝 솟은 바위가 웅장하고, 주변에 은빛 모래톱이 펼쳐져 이색적이다. 

지금의 정자는 현대에 새로 건립했으며, 일대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 같이 가볼만한 곳 – 철원 한탄강 은하수교

 

한탄강의 새 명물로 떠오른 철원한탄강은하수교도 놓칠 수 없다. 철원9경에 속하는 송대소 주상절리 협곡에 건설한 총 길이 180m, 폭 3m 현수교다. 

주변 지형과 어우러지도록 설계한 은하수교는 철원군 상징물 중 하나인 두루미를 형상화했다. 

은하수교 개통으로 양쪽 유역을 편하게 오가며 한탄강의 빼어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철원 노동당사(국가등록문화재) 맞은편에 조성한 철원역사문화공원도 꼭 가볼만하다. 

철원이 번성했던 근대의 시가지 풍경을 재현해 놓았다. 철원역을 중심으로 학교, 우편국, 극장, 의원, 여관, 기와집, 초가집 등이 들어섰다. 

철원역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소이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공원 입장료는 없다. 

모노레일 이용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며 요금의 절반 이상을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마음의 군더더기를 털어내는 걷기(철원-한탄강 주상절리)” 에 달린 1개 의견

  • 몇년전 인규네 가족과 아직 다 정비되지않은 한탄강주상절리길을 갔던게 기억납니다.
    그때는 둘레길이 완공되지않아 길이 끊겨있어 이리갔다 저리갔다ㅋㅋ
    완전히 조성이 끝난 사진들 보니 다시한번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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