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최병일의 여행맛집

끝없는 초록… 제주의 숲에서 즐기는 온전한 휴식

최병일 – 여행작가, 종교교육과 85

 

 

 

“‘숲’이라고 모국어로 발음하면 입 안에서 맑고 서늘한 바람이 인다.” 소설가 김훈이 ‘자전거 여행’에서 예찬한 것처럼 숲에는 언제나 청량한 기운이 넘친다. 

제주의 숲은 화산 지형이 만들어낸 독특한 풍광과 울창한 원시림이 어우러져 이채로운 느낌을 준다. 

사려니숲길 외에도 제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숲길이 꽤 많다. 

한적하게 걸으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길부터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걸을 수 있는 숲길까지 토박이들만 아는 제주 숲길을 소개한다. 

숲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의 숨결을 느껴보면 어떨까?

 

◇ 삼다수숲길… 빽빽한 삼나무 사이 이국적 풍경

북제주군 조천읍 교래리의 삼다수 숲길은 원래 지역 주민이 즐겨 찾는 산책로였다. 

제주를 대표하는 생수인 삼다수 공장이 인근에 있지만 삼다수숲길이 있다는 걸 아는 이는 의외로 드물다. 

원래 이 지역은 말을 풀어 기르는 방목터이자 사냥터여서 ‘테우리(말몰이꾼)’와 ‘사농바치(사냥꾼)’만 출입하던 곳이었다. 

2010년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교래리 주민이 숲길을 정비해 ‘삼다수숲길’이란 이름을 붙여 개장했다.

삼다수숲은 용암이 식은 땅 위에 형성됐다. 숲길 초입의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하다. 

삼나무들은 1970년대에 심은 것인데 어느새 훌쩍 자라서 30m가 넘는 거목이 됐다.

숲길에 들어서자마자 상쾌한 피톤치드 기운이 몸 구석구석 스민다. 

촘촘하게 얽힌 나뭇가지들이 만든 그늘도 시원하다. 

삼나무 아래에는 고사리와 푸른 이끼가 자라고 있어 마치 원시림을 향해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삼다수숲길은 언제나 한적한 분위기여서 오롯이 자신만 생각하며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숲길은 3개 코스로 나뉜다. A코스 꽃길은 1.2km, B코스 테우리길은 5.2km, C코스사농바치길은 8.2km다. 

A코스는 짧은 ‘맛보기용’ 산책로로 마을 주민이 주로 이용하는 길이기도 하다. 

가장 인기있는 B코스에선 탐방로 옆으로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다. 

C코스 사농바치길은 온전히 숲길을 다 걷는 코스다. 봄에는 복수초 군락을 볼 수 있고 여름에는 산수국, 가을에는 하천을 따라 물든 단풍을 볼 수 있다.

 

◇ 머체왓숲길… 영화 ‘킹덤’ 속 울창한 원시림

 

서귀포시 한남리에 있는 머체왓숲길은 드넓은 목장 초원과 원시림을 동시에 즐길수 있는 곳이다. 

머체는 돌이 엉기정기 쌓이고 잡목이 우거진 곳, 왓은 밭을 일컫는 제주어다. 머체왓은 ‘돌로 이뤄진 밭’이라는 뜻이다.

 머체왓숲길은 최근 전지현이주연한 영화 ‘킹덤’과 예능 ‘네바퀴집’ 등에 나오면서 유명해졌다. 

제주 중산간의 울창한 원시림을 탐방할 수 있는 숲길은 날것 그대로의 제주 숲을 만나게 한다.

숲길 입구를 지나면 방목 중인 소들이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입구가 꺾인 출입구가 나온다. 

한라산을 보며 초지를 가로지르면 잠시 뒤 어두컴컴한 숲길이 시작된다. 

길은 대체로 완만하며 깊이 들어갈수록 울창한 활엽수가 펼쳐져 있다.

쌓인 돌 위로 짙은 이끼가 자라는 특이한 풍광을 만날 수 있다.

머체왓숲길 외에 머체왓소롱콧길(6.3km), 서중천탐방로(7.0km) 등 3개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머체왓숲길 코스 중간 즈음에는 제방남기원쉼터가 있고, 전망대에서는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망원경도 있다. 

소롱콧길 코스 삼나무숲에는 40~50년전 주민들이 실제 거주했던 머쳇골 옛집터도 볼 수 있다.

 

 

◇ 화순곶자왈생태탐방숲길… 암석·가시덤불·야생식물 한눈에

 

곶자왈은 제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지형이지만 안덕면 화순리에 있는 화순곶자왈 생태탐방숲길은 의외로 덜 알려졌다. 

화순생태탐방로는 곶자왈 생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곶자왈이란 제주 말로 ‘숲’을 의미하는 ‘곶’, 암석들과 가시덤불이 뒤엉켜 있는 곳을 가리키는 ‘자왈’이 합쳐진 제주 방언이다. 

곶자왈은 화산 폭발로 분출된 용암 지형으로 나무와 돌 따위가 제멋대로 뒤섞여 있는 제주의 독특한 숲을 의미한다. 

돌과 바위를 비집고 태어난 나무들은 휘어지고 구부러진 채로 자라났다.

탐방길을 걷다 보면 아열대 식물인 천량금, 주름고사리, 개톱날고사리 등 남방계식물은 물론 한라산 고지대에서 서식하는 좀고사리와 골고사리, 큰지네고사리 등 북방계 식물도 볼 수 있다. 

탐방로는 왕복 3.2km의 코스인데 가족끼리 탐방한다면 자연곶자왈길보다는 데크길이 조성된 송이산책로가 좋다. 

걷다 보면 소나 말을 방목해 기르기 위해 쌓아 놓은 돌담인 ‘잣담’을 볼 수도 있고, 때로 방목 중인 소떼와 마주칠 수도 있다.

 

 

◇ 비밀의 숲… 감성사진 최고의 핫플레이스

 

제주 스냅 사진의 비밀 명소로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한 안돌오름 편백나무 숲길은 이미 많은 이들이 찾는 숲 명소가 됐다. 

길 양쪽에 펼쳐진 나무사이로 난 오솔길이 이색적이다. 원래 사유지였으나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했다.

해가 쨍한 날, 흐린 날, 비오는 날 어느 때나 가도 분위기가 좋다. 날씨에 따라 다른색을 내는 숲에서 다양한 감성 사진을 찍을 수 있다. 

MBC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서 신혼여행을 온 임수향과 하석진이 손을 잡고 걷다 이마에 입맞춤하던 곳이기도 하다. 

숲길은 공원처럼 조성돼 있는데 돌담길, 야자수와 그네 오두막, 나홀로 나무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초록 숲과 잘 어울리는 민트색 푸드 트럭은 비밀의 숲 전용 카페로 아메리카노, 한라봉주스, 타르트와 쿠키, 빵 등 다양한 디저트를 팔고 있다. 

원래 유랑하는 푸드 트럭이었지만 이제는 안돌오름 비밀의숲에 정착해 이곳을 관리한다. 

숲이 생각보다 넓어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입구에서 지도를 촬영해 참고하는 게 좋다. 휴무일은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공지한다.

 

 

◇ 절물자연휴양림… 삼나무 숲속 데크서 즐기는 쉼

 

 

봉개동 화산분화구 아래 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에 조성된 숲이다. 

수령이 30년이상 된 울창한 삼나무숲으로 삼나무 외에도 소나무, 산뽕나무 등이 서식한다. 마귀와 노루도 볼 수 있다. 

쭉 뻗은 삼나무숲 곳곳에 마련된 평상처럼 넓은 데크에 앉아 책을 보거나 누워서 나무 사이로 파란하늘이 보인다.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맡으면 세상 근심이 모두 사라지는 듯하다.

휴양림 가운데 자리 잡은 절물오름은 해발 650m의 기생화산으로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말발굽형 분화구가 펼쳐진다. 

분화구 전망대에 오르면 제주시와 한라산이 내다보인다. 

오래전 절 옆에 약수가 있어 ‘절물’이라 이름 지은 제주시가 지정한 제1호 약수터도 있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아 예전에는 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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