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탓인지 늘 등산객과 진달래 축제를 즐기기 위해 붐비던 인파가 조금은 덜 붐비는 듯했다. 비는 점차 잦아들더니 그쳤고, 산 초입에 들어서면서 구름인지 안개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농무(濃霧, 짙은 안개)가 일행을 완전히 휘감았다. 몽환적이고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분위기는 산행의 즐거움을 더하기에 충분했고, 날씨 탓에 산행을 하지 못할까 걱정했던 마음도 풀려서, 온전히 등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고려산은 해발 400여m로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지만, 강화도에 있는 산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곧 해발 0m에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는 산행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산이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고려산을 찾은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달래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았을 때와는 코스도 마음가짐도 달랐다. 산 중턱까지 차로 이동하여 가볍게 진달래만 보던 이전과 달리 본격 산행은 녹록지 않았다. 가파른 경사도에 연신 가쁜 숨을 내쉬며, 산 오르기에만 열중했다.
산 정상에 가까울수록 짙은 안개 때문에 진달래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간간이 쉬는 틈에 둘러본 주위로 진달래가 보이기는 했지만, 안개에 가려져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고려산을 찾을 때마다 그 유명한 진달래는 정작 보지 못했던 듯하다. 시기를 못맞추거나 날씨를 못맞추거나 아무튼 올해도 진달래는 못보나 하는 생각에 정상까지 오르는 길에 조바심이 났다.
정상에서 간단한 간식을 먹고 하산하는 길. 고려산 진달래 평원은 흐드러진 진달래로 우릴 맞았다. 짙은 안개는 시야를 가리기도 했지만,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며 우리 시선을 진달래에 집중하게 하기도 했다. 진달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사람에 치이지도 않고, 여유로운 산행에 가까이서 진달래를 보는 호사에 마음은 더없이 즐거웠다.
문제는 하산길인데… 길을 잃었다.
어떤 문제는 뜻하지 않은 오해와 선입견, 심지어 다른 환경에서 경험한 것까지 겹쳐서 일을 그르치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왜 하필이면 강화도로 오는 동안에 본 저수지와 헷갈렸는지… 아무리 조리 있게 해명하려 해도 그날 길을 잃는데 한몫을 한 사람의 변명일 뿐이다.
길 잃어 헤매고, 쌀쌀한 날씨에 쉴만한 카페 하나 찾지 못하고 고생한 동문들과 또 함께한 지인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비오는 고려산의 진달래는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