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하는 일산 나들목 교회
나들목 일산교회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신학과 88(94)학번 유형석입니다. 오랜만에 민동 선후배님들과 친구들께 인사드립니다. 글로는 처음이네요. 고등학교때 대학에 가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학생운동이었고, 입학 첫날 문을 두드린 곳이 ‘한국학 연구회 한얼공동체’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88꿈나무로 사랑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고나 할까요? 지금도 그때가 아마도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시대는 어두웠고, 끼니는 거의 라면이었지만 – 라면은 지금도 사랑합니다 – 사랑하는 동지들과 함께였으니까요.
1학년때 목사, 2학년때 장로, 3학년때 평신도, 4학년때 무신론자라는 신학도의 성장과정을 조금 일찍 밟으며 3학년때 무신론자가 되었던 저는 4학년이던 91년 여름방학때 학생회관에 불이 나는 사고를 쳐서 학사경고를 막지 못해 제적을 당하고 부끄럽고 죄송해서 몇달 정도 집에 칩거하며 고립된 생활을 하다가 교회를 다시 나가게 되었습니다. 당산동에 있는 성공회 영등포교회였고, 거기서 다시 하나님께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짤리니 군대에서 바로 불렀고, 군대에서 어쩌다 보니 UN 소말리아 PKF로 6개월 파병을 다녀오게 되었고, 당시 국무총리이던 이회창씨의 표창장을 들고 학교에 돌아가니 우여곡절 끝에 94학번으로 재입학을 했습니다. 그래서 학번이 두개죠.
중학교때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다니며 초대형교회와 개인우상화의 폐해를 절감하던 저의 소망은 정말 좋은 교회를 찾거나 세우고 싶은 소박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무신론자가 되었다가 다시 신자가 되는 2년 여의 기간 동안 이단 빼고 안가본 교회가 없었지만 세상에 제 기준에 맞게 준비된 교회는 있을리가 없었고, 20대 초반의 운동권 신학생이 교회를 세우는 것은 역부족이었기 때문이었죠.
성공회에서 회심을 다시 했지만, 당시 성공회대 신학과에는 편입제도가 없었고, 마침 총신에서 재입학을 시켜주어 학부를 마칠 수 있었고, 재입학한 학부과정에서 지금의 아내(신학과 92) 진아를 만났는데, 이 친구가 신대원은 꼭 총신을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 총신 신대원에 진학하고 합동측 전도사, 강도사, 목사로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총신을 가자고 했던 이유는 총신에서 여성목사안수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었지만, 아시는 바와 같이 그 교단은 아직도 여성목사가 없고, 아내는 결국 한독선연에서 안수를 받고 저만 합동측에 남겨진 오리알이 되었다가 아내가 먼저 들어간 나들목교회 저는 뒤늦게 2009년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교회가 내가 20대 초반에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런 교회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때 교회개척 준비를 시작한 교회가 416재단을 함께 만들었고, 일산에서 가장 처음 가입한 단체는 ‘고양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입니다. 고양시 교회 중에서는 유일하게 창립 초기부터 고양시의 여러 시민단체들과 연대하여 고양시의 현안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고, 특히 최근 3년여는 지역의 골프장 증설로 인한 환경파괴를 막아내기 위해 가장 앞장서서 싸우는 단체가 저희 교회였습니다. 교회 구성원의 90% 이상이 3-40대이다 보니 ‘투쟁’의 현장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야 했고,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지역의 이웃분들이 귀엽게 보아 주셔서 고양시의 시민사회에서는 민주노총 다음으로는 가장 동원력이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교회로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려움도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교회의 외형적 성장이 중단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해 특수학교 강당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현재는 이민교회처럼 지역의 교회당을 빌려서 2시에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무난한 교회는 아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교회는 아니기도 하고, 큰 교회도 아니면서 두개의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들목숲학교는 유치원 과정, 나들목학교는 초중고 과정입니다. 36명의 학생들과 9명의 교사들이 함께 배우고 가르치며 성장하는 것은 행복하지만 늘 위기의 연속입니다. 다행히 초중고 과정은 경기도 교육청 등록대안교육기관(고양시 8개, 경기도 56개)으로 선정되어 학교 명칭을 합법적으로 쓸 수 있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학교라는 말도 함부로 쓰면 처벌을 받더라구요.
능력에 비해 많은 일들을 벌이고, 일산 구석에 거의 박혀있다 보니 동문들께 연락도 뜸하고 죄송한 마음 가득합니다. 가을이라 대학시절이 문득 문득 생각나네요. 모두 감사했고, 죄송했고, 후회스럽고, 행복했습니다. 여전히 어두운 시절, 모두 강건하시길 기도합니다.
[유형석목사 (신학과 88학번)]
96년 신학과 졸업
2000년 신대원 졸업
96년부터 2009년 합동측 전도사, 강도사, 부목사
2009년부터 2014년 나들목교회 부목사
2015년부터 현재 나들목 일산교회 목사, 나들목 교육공동체 대표
선배님과 나들목일산교회의 사역을 응원하며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유목사님, 오랫만에 소식듣게 되어 너무 반갑습니다.
오래 전에 한번 동문 모임 때 보고, 그 이후로 또 소식은 끊어졌지만 일산에서 나들목교회 사역을 하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잘 지내고 있으리라 내심 생각했는데 오늘, 하고 교회를 통해 하고 있는 사역들을 보니 힘은 들겠지만 역시 유목사답게 잘 하고 있구나하는 안심이 들었습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일년에 한 번이라도 얼굴은 볼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해보며, 2023년 나들목 일산교회가 지역을 더 아름답게 하는 기관으로 발전하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다.
(참고로, 내가 다니고 있는 영등포 두레교회의 담임 목사님이셨던 오세택목사님은 가나안농군학교를 살리기 위해 작년 12/25일로 조기 은퇴를 하시고, 가나안농군학교 본원에서 조금 떨어진 치악산 줄기 깊은 산 중턱에서 교장으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였습니다. 혹시나 대안학교에서 수련회 장소가 필요하다면, 소규모 인원 은 수용이 가능하므로 고려를 해보기 바랍니다.)
일산 나들목 교회. 이 교회와 유목사님이 많이 궁금하네.
앞으로 글과 함께 얼굴도 보여 주기 바랍니다.